[배테랑의 시각 8] 제복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이장호 승인 2023.04.17 09:57 | 최종 수정 2023.07.21 19:12 의견 0
지난달 말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3 육사 79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가족이 신임장교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30년 전인 1993년에 ‘투캅스’라는 영화가 화제가 되었다. 주연 배우인 안성기씨와 박중훈씨의 연기보다는 부패한 경찰에 대한 스토리가 처음 다뤄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경찰이라는 특수한 집단의 민낯과 부패를 다뤘다는 점에서 당시에 경찰들의 분노가 상당했다. 경찰들이 ‘영화 보이콧’이라는 강수까지 보이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영화로 기억된다.

어느 조직이든 100% 완벽하지 않다. 부정적이고 나쁜 조직원은 있다. 그러나 그들이 전체는 아니라 다행이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전체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제복을 입은 직업들에 대한 불편함이 아직도 많다. 경찰, 군인 등으로 대표되는 작업들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썩 반가운 직업이 아닌가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직업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우리의 기억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그 직업을 좋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복을 입는 직업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안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특히, 국가 기관이 필요에 의해 선발하고 관리하는 직업들이 대부분이라 반드시 있어야할 필수 분야이다. 경찰관, 군인, 소방관, 교도관 등 등

그런 직업인데, 왜 유독 아직도 군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해 배타적인지 안타깝다. 일반 병사보다는 장교나 부사관 같은 간부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식이 안 좋다.

내가 군 전역 후 사회에 나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군대 물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 물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군대 물이 나쁜 것이라는 것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에는 100% 공감하기 어렵다.

그 말은, 내가 30년 이상 잘못된 삶을 살았다는 의미라는 것인지 물어 본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면서 장교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군 간부들이 ‘투캅스’에 나오는 불량 경찰처럼 군에서 부정만 저지르고 병사를 괴롭히는 존재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장교가 되었고, 전후방에서 나름 고생하며 나라를 지켜 온 직업 군인들을 너무 쉽게 판단하는 게 아닌가 한다.

유니폼을 입는 직업들의 공통점은 현실적인 이익보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산다는 점이다.

2006년 방송된 ‘소문난 칠공주’ 드라마에서 전역한 부사관 아버지가 아내와 딸들을 마치 병사 다루듯 하는 과장된 장면들이 많은 부사관들의 공분을 산 기억도 있다.

내 경험에도 군인이었던 나보다 오히려 가족들이 더 상처를 받는다. 정당하고 자랑스러운 군인 부모를 가졌는데도 친구들과 주변에서 별로 좋게 보지 않아 상처를 입는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직업이 각광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 직업을 할지 걱정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묵묵히 자기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군 생활을 하며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경험한 공통점은 제복을 입은 직업에 대해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희생과 봉사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는 점이다. 여러 사례를 보며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으로서 부럽기도 하고, ‘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되나!’하는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지금도 그런 줄 안다.
아직도 병사들 때리고 물건 빼돌리고 가짜로 서류 작성하는 군대는 더 이상 없다.

사회보다도 더 빨리 변화한 곳이 바로 군대이다. 평생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킨 군인들의 명예와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것은 그 존재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변화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군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연합사 근무 시절, 미군들은 왜 한국 장교들은 출퇴근 복장이 사복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 적이 있다. 미군들은 대부분 군복을 입고 출퇴근 한다. 직업 군인 스스로 군복을 입으면 불편하다는 인식 자체가 스스로 명예를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군복은 출근해서 입는 작업복인 것이지 묻고 싶다. 자기 직업을 나타내는 유니폼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데 누가 좋게 봐줄 것이지 물어보면 답은 나올 것이다.

사관학교 1학년 시절 구두 광을 낼 때, 분대 2학년 생도가 “검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신고 뿌듯해질 만큼 광을 내라”라고 한 말이 새삼 생각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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