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시각6] 영웅을 길러내는 사회...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다.

동티모르 파병 5명 희생 현지서는 훈장 수여... 당사자 국방부 외교부 보훈처 무관심

이장호 승인 2023.04.07 10:40 | 최종 수정 2023.07.21 19:03 의견 0
2003년 3월 동티모르에 파병된 상록수부대 장병 5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왼쪽부터 사망자 백종훈 상병, 민병조 소령, 최 희 상병, 실종자 박진규 소령,김정중 상병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올 해 초 지인으로부터 엄청 기쁜 전화를 받았다. 지난 2003년 동티모르에 파병되어 임무를 수행하던 중 희생된 한국군 5명에게 동티모르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었다. 20년이 지난 일이지만, 희생된 장병들에게는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인은 상당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나에게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동티모르 정부의 결정에 대해 국방부나 외교부, 보훈처조차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사에 대한 지원은커녕 관심도 없고, 홍보조차 안 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상당히 원망스러워했다.

나도 그 사고에 대해 많은 추억이 있다. 지난 2003년 동티모르 UN 평화유지군(PKF) 사령부에 홍보과장으로 파병을 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중 발생한 사고로, 그 해 3월 동티모르 UN평화유지군 상록수부대 7진 장병 중 소령과 2명과 병사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동기생이 희생된 사고였기도 했고, 현지에서 장례식을 치루고 호주 다윈 공항에서 4명(병사 1명은 수습 못함)의 시신을 한국으로 보내는 마지막까지 내가 함께 했기에 더욱 기억이 남는다. 더욱이 그 동기생은 사고 10일 전 딜리에서 같이 저녁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나로서도 믿기지 않는 사고였다.

사고 후 합참에서 사고조사반과 유가족 등이 동티모르에 도착했다. 당시 상록수부대는 그야말로 초상집 그 자체였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 5명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참사를 당해 침통한 분위기였지만, 부대 분위기는 거의 죄인 취조하는 분위기였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는 명분 아래 간부들을 물론 병사들까지도 시간에 관계없이 조사를 받았다. 사고 책임자를 찾겠다는 조사단의 모습에 마치 부대원 모두는 슬퍼할 시간도 없고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오히려 주둔지인 오쿠시 주민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도 부대를 방문해 희생자를 조문하고 부대원들을 위로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동티모르 평유지군 사령부에서 약식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호주 다원에서 시신을 비행기에 태워 한국으로 보내면서 사고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약 한 달 뒤, 포르투갈 병사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병사는 사적으로 수영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런데도 포르투갈 정부에서 총리가 군 수송기를 타고 와 장례식을 주관했다. 딜리 공항에 UN평화유지군들이 모여 성대한 장례식과 환송행사를 열었다.

우리 장병들은 공무 중 순직이고 포르투갈 병사는 순직도 아닌 일반 사망인데도 두 국가의 태도는 너무 달랐다. 두 사고 이후 PKF사령부에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차이에 대해 오랜 시간 말이 많았다.

희생된 장병 유가족이 현지에 건립된 추모 기념관에서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일에 대해 화가 났던 것은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는 점이다. 나라를 대표해 이국땅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군인들의 희생이 이처럼 값어치 없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동티모르 정부에서 5명의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희생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데 정작 우리는 어떻게 그렇게 관심이 없는지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내가 만약 그 5명의 가족이나 친척, 지인이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하고 생각하면 답은 뻔하다. 자신의 나라는 이미 잊힌 희생자이지만 외국에서는 다시 영웅으로 감사를 표하는 우리의 모습을 좋게 볼 수 있을까?

선진국은 영웅과 희생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미국의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의 스토리가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다. 카프라리오 판사는 약식재판에 나온 참전용사들에게 “나라를 위해 봉사와 희생을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벌금을 감해주거나 사정을 반영해주는 제판으로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참전용사를 이토록 예우하는 것이 미국의 문화이고, 앞으로도 국가를 위한 활동에 기여한 영웅들을 대우할 미국의 현 주소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 영웅들을 인정하고 예우하는 문화가 되어 있기에 계속해서 영웅아 나오게 된다. 우리도 독립유공자나 6.25 참전용사 같은 영웅들이 있다. 국가에서 수당 주는 것으로 그들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수당보다 인정받는 것을 더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를 만들어 놓은 수많은 영웅들에게 감사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임진왜란의 영웅은 이순신 장군만이 아니다. 같이 싸운 장졸과 백성이 다 영웅이다. 모든 사람이 소중한 것처럼 나라를 구한 희생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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