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시각⓶] 병사 월급 100만 원과 휴대폰

이장호 승인 2023.03.04 11:19 | 최종 수정 2023.07.21 19:05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30여 년 전 장교로서 처음 군 생활을 하던 시기는 요즘 말로 ‘라떼 시절’ 이었다.

지금은 단어조차 기억나지 않는 ‘방위’라고 불렸던 단기 사병이 있었던 시절이다. 당시 30개월의 군 목부 시절에 18개월, 심지어 6개월만 복무하는 정말 짧은 군 생활로 군인으로도 취급받지 못했던 신분이었다.

지금은 신의 아들이라 할 만한 방위가 당시에는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 부끄러움이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말이다.

아들이 군대를 간다고 했을 때 나는 전방 부대를 권했다. 장교 아들이기도 했고, 편하기 보다는 평생 붙어 다닐 군 전력을 위해서도 전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들에게는 “네가 편한 곳에 근무하면 혹시라도 아빠 빽이라고 할 수 있다”며 왜 자신이 가야 하며며 버티던 아들에게 은근 협박을 해서 결국 양구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했다.

얼마 전 아들이 요즘 군인들이 너무 편하다며, 군대가 그러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해 군에서 제대로 배우고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월급을 너무 많이 주고 휴대폰을 마음껏 사용하게 하는 것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군 복무하며 휴대폰 필요하다고 했던 녀석이 ‘자기 전역하고 나서는 입장이 바뀌니까 저러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그럴싸하다.

아들은 “얼마 전 전역한 후배가 말해줬는데, 군대가 학교도 아니고 나라를 지키는 곳인데, 휴대폰에만 집착하는 군인들이 많아 요즘은 영 군대 같지 않다고 한다. 월급도 많아서 돈 쓰는데 신경을 쓰고 부대로 택배를 보내와 집인지 군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병사들 사이에서 군대 편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17년 시범적으로 일과 후 개인 휴대폰 사용이 허가되었을 때도 군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보안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병사들이 휴대폰에 대하 집착이 심해져 다른 일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염려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제는 신병 훈련 기간만 지나면 바로 개인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여러 불법, 편법을 동원한 휴대폰 사용까지 적발돼 부대 지휘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휴대폰 사용으로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병사 개인의 인권이 더욱 강화되었고, 사고도 줄어들었다. 사회와 단절되었던 고립에서 벗어나 언제든 소통이 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답답함과 불편이 많이 해소되었다.

이제는 병사 월급 100만원과 휴대폰 시대가 되었다. 시대 흐름에 맞게 군도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군이 너무 약해졌다는 우려 섞인 애정을 보낸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군에 있는 병사나 간부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위가 보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오늘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잘 하고 있다고 믿어주면 된다.

군장병이 월급으로 모은 돈으로 고향에 추석선물을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6.25 전쟁 당시 참전했던 UN참전국 21개 국가 중 미국을 비롯해 몇 개 나라는 한국보다 잘 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도 있다. 한국이 전쟁 폐허를 딛고 일어서 오늘날처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군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라는 외부의 적이 호시탐맘 노리는 위협을 잘 막아내고 안전하고 편안한 한국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이제 전방도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되어 밤새 철책을 순찰하던 시대가 아니다. 불과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시대 흐름상 당연한 결과다. 6년 전만해도 병사들이 군에서 휴대폰을 쓰고 월급을 100만원 받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현실이 된 것과 같다.

아들이 군 복무를 마쳐 우리는 영광스럽게도 3대가 병역을 마친 ‘병역 명문가’가 되었다. 나름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다. 내 아버지와 나, 아들의 군 생활에 하나도 공통점이 없더라도 점점 더 좋아지는 군을 경험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라떼는 말이야~~’는 새로움을 거부하는 무기다. 과거는 현재에 의해 계속 대치된다. 군에 대한 평가는 그 당시 상황을 반영해야 정확하다. 과거의 추억과 판단만을 고집한다면 현재의 모습이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계속 옛날 얘기만 하니 ‘꼰대’라고 왕따 당한다.

어제도 대한민국의 평안함을 위해 밤새 불침번을 선 군인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응원을 보낸다. 나 때는 없었지만, 군인 보게 되면 라떼 사줘야겠다.


이 장 호 예비역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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