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 국제신용평가기관에 무디스에서 라오스 신용등급을 Caa2에서 Caa3로 한 단계 낮춘 이후, 라오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조정의 이유는 급격한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 대내외 부채 부담, 만성적인 재정 적자 그리고 정부의 해결역량 및 옵션 부족을 꼽았다.
스리랑카에 이어 다음 디폴트 후보로 라오스가 지목되고 있다. 현지화 대비 미국 달러화 환율 상승세의 지속으로 2022년 1월에서 8월까지 라오스 물가가 전년 동기대비 30% 올랐다. 말이 30%지 현지에 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다.
생필품인 생수 가격이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올랐고, 식당이나 노점상들은 가격표 수정하느라 바쁘다. 내가 자주 가는 식당에 15,000낍 하던 메뉴가 20,000낍으로 오르더니 어제는 다시 25,000으로 올랐다.
라오스 통계청은 이 수치가 20년 만의 최고 수치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서는 식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의 실상이 매일 등장하고 실제로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 남의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라오스 정부에서는 최근 유류 공급 애로, 물가 고공상승 등의 실물경제부터 외환, 공공부채 등의 거시경제까지 각 분야의 경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6월 13일부터 7월 8일까지 진행된 라오스 제3차 정기국회에서는 정부 재정 및 국가 사회경제발전계획 추진현황 점검이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서는 정기국회에서 많은 일이 결정된다. 경제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각 정부부처의 방안 또한 발표되었다. 이 중에는 외환관리, 중소기업 진흥, 국영기업 개혁방안 등 경제 중장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포함되어 있어 살펴보겠다.
먼저, 환율문제. 라오스 중앙은행은 3차 정기국회 개회 직후인 6월 14일 ‘라오스 낍화 안정화 및 외환거래 관리에 관한 규정’을 발표하며 자국 화폐 약세 대응에 나섰다. 먼저 등록 자본금 이내 사설 환전소 일일 외환 매입액을 제한했다.
또, 기관 등 법인의 사설 환전소의 외환 매각을 금지했다. 상업은행 및 사설 환전소의 일일 외환 판매액을 1,500만 라오스 낍으로 제한했으며 유류, 의약품 등 필수 분야의 환전을 우선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라오스 등록 법인이 외환 매입시 허가사유를 받게 하고 상업은행에서 고객들이 외환 매입 시 관련 증빙 책임을 강화했다. 해외 송금 시는 먼저 은행외화 계좌 예치 의무 또한 도입했다.
상업은행과 사설환전소에서 외화 간 환전을 처리할 시 라오스 낍으로의 환전을 먼저 거치도록 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은행의 공식 환율과 사설환전소의 시장 환율의 차이가 커서 위 조치들의 의미는 크다.
2021년 6월에는 1달러에 9000낍 정도하던 시장 환율이 2022년 6월 즈음해서 1달러에 20,000낍까지 뛰었다. 그러자 사회주의 정부가 나서서 사설시장 환율을 상업은행 환율로 임의 조정하고 공안부가 사설환전시장을 일제 단속했다.
이에 사설환전소는 시장 환율인 20,000낍을 15,000낍으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실제로 관광지인 루앙프라방 시내의 환전소들은 한곳을 빼고 일제히 문을 닫아버렸다.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도 조금 완화되는지 사설 환전소가 문을 열고 시장 환율도 1달러에 18,500정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분야의 중장기대책으로 라오스 전체 기업 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라오스의 경제 내실을 다지는 방안도 나왔다. 라오스 산업통상부 마라이통 꼼마싯 장관은 사업계획 수립·시장진입 전략·재무관리 등 라오스 영세기업의 역량강화 교육을 운영할거라 발표했다.
소상공인의 금융접근성을 향상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 육성정책을 강화할 방안도 정기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였다. 또한 창업가들의 초기 높은 창업비용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세기업 육성법 개정안 또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채택되었다.
주목할 부분은 국영기업을 구조조정 또는 매각·청산 절차로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부분이다. 제3차 정기국회에서는 라오스 정부가 보유한 국영기업의 효율화 진행현황이 보고되었다.
현재 라오스에는 178개의 국영기업이 존재하는데, 현 경제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국영기업의 과도한 부채 및 전반적인 경영성과 부진이 지적되었다.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는 국영기업 내 경영진을 비롯한 채용비리가 만연하고, 건전하지 않은 경영계획을 수립, 운영해 만성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고 경영실패가 뿌리내렸다고 비판하였다.
라오스 정부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 3개 국영기업인 라오스 전력공사(EDL), 라오스 석유공사, 라오스 전력발전공사(EDL-Gen)) 대해서는 총리령을 제정해 재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영기업 개혁 위원회를 발족했다.
또한 178개 국영기업 중 31개를 혁신 대상으로 선정해 정부 지분율,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이를 효율화하는 내용의 ‘2021-2025 5개년 혁신 계획’을 수립하였다. 분쫌 우본파슷 재무부 장관은 일부 국영기업의 경우 정부 보유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국영기업은 중요성에 따라 지분을 일부 또는 전부 매각해 나갈 계획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2021-2025 5개년 혁신 계획’에 따르면 라오스 우정공사, 라오스 물류공사, 라오스 개발은행 (LDB) 및 농업부흥은행 (APB) 등은 매각이 이미 완료되었거나 매각을 진행 중이며, 라오스 면화공사 등 경영개선의 여지가 없는 기업체의 경우 청산을 진행 중이며, 일부는 청산이 완료되었다.
라오항공, 라오스 석유공사 등은 일부 지분을 매각하되 정부가 지분 51%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진 중이며, 라오스 전력공사 및 전력발전공사는 경영진 교체 등 대대적으로 효율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어딘가의 리스크는 예외없이 누군가에게 투자기회였다. 라오스가 디폴트 위기 해결을 위해서 거의 과거 우리나라의 IMF급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독점 노선을 거느린 라오스 유일 국영항공사인 라오항공과 인프라 기업인 라오스 석유공사도 매각하려고 한다.
라오스 정부의 국영기업 개혁으로 지분 취득 또는 기업인수 고려가 가능해졌다. 라오스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는 외환 리스크를 살펴야 하는 한편, 라오스 국영기업의 매각으로 인해 큰 투자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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