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K-방산을 바라만 보는 일본 방산 업계의 속사정

대폭적인 무기 수출 규제 완화에도 이미 뒤처진 가격과 기술력에 일본 기업 이탈 계속

이정현 승인 2022.09.19 10:18 의견 0
FA-50경공격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폴란드가 우리나라가 개발한 FA50 경공격기 48대에 대한 수출이행 계약에 서명했다.

여기에 이미 1차 이행계약을 맺은 K2 전차와 K9 자주포까지 합치면 폴란드 한 국가에만 총 11조원이 넘는 수출액을 달성하면서 사상 최고기록이었던 작년 수출 총액 9조 6000억마저 가볍게 넘겨버렸다.

폴란드의 마리우슈 부아쉬착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한국과의 계약체결에 대해 ‘우리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러시아가 어떻게 공격해오는지를 배웠다. 장갑부대와 포병이 중요하다’며 한국산 무기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와 슬로바키아 등에도 수출협상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호주와 노르웨이도 각각 장갑차와 전차 도입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을 선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K-방산이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무기 수출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옆 나라 일본은 어떨까. K-방산에 대해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사실 일본의 방위산업은 오랫동안 무기수출 3원칙이라는 제약에 묶여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자위대 외에는 납품이 불가해 대량생산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았고 해외시장 개척해 나갈 판로나 인맥도 전무한 상황이다.

무기수출 3원칙이란 공산국가, UN이 결의한 무기수출 금지국가, 국제분쟁의 당사국 또는 분쟁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와 무기제조 기술, 무기로 전용(專用) 가능한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 栄作) 총리의 국회 답변내용에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이 조 단위의 수출계약을 맺으며 방위산업이 거대해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일본도 방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적으로 2011년에 노다 요시히코(野田 佳彦) 내각이, 그리고 2014년에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내각이 한 차례 더 무기수출 3원칙의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하면서 사실상 수출 제한을 풀어버리다시피 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대를 무릅쓴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도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 오랫동안 자위대에만 납품해온 일본 방산업계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구조개혁, 기술개발, 수출루트 개척 등이 필요했지만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진척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일본경제신문은 2019년 5월 기사에서 무기수출 3원칙이 완화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일본 방산업계가 어떠한 실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는데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다쿠쇼쿠대학(拓殖大学)의 사토 헤이고(佐藤 丙午)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이 무기 수출에 있어 다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나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3년이 더 지난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비상 중인 K-방산 기업들과 침묵하는 일본 방산 기업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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