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람이 기자의 응원

허핑턴포스트 기자 대통령님 파이팅

서담 승인 2022.08.10 09:13 | 최종 수정 2022.08.10 09:16 의견 0
윤석열대통령이 대통령실에 들어서면서 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채널A뉴스 유튜브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대통령님 파이팅!!!" 허핑턴포스트의 기사 제목인데,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윤석렬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대신 응원을 보낸 기자라는 내용의 기사이다.

기사의 내용은 요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 윤석렬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에 도어스테핑에 임했는데, 이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느닷없이 질문 대신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쳤다는 내용이다. 당사자인 윤대통령도 뜻밖이었던 모양이다. 본인도 예상 못했던 반응에 웃음을 보이며 언론과의 관계 중요성을 짚었다.

언제부터인지 기자를 "기레기"라 부르는 것이 통칭이 되다시피 했다. 기자가 얼마나 신뢰를 잃었으면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어로 만들었겠는가. 최근에는 "외람이"라는 별칭이 하나 더 늘었다.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기자가 "외람되오나..."라며 질문을 시작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기자가 권력자이건 누구이건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기자의 본분인데, 뜬금없이 외람되지만 질문을 하겠다고 나서는 저자세를 보였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 기자를 비아냥거림하며 "외람이"라고 부르는 것을 인터넷에서는 꽤 자주 볼 수 있다. 이번 "대통령님 파이팅!!!"을 보면 스스로 외람이를 입증하는 듯 하다.

백번 양보해서 기자도 인간이니 특정 정파적 성향을 가질 수 있고 현직 대통령을 지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을 성향이지, 취재현장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 파이팅을 외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도대체 대통령 파이팅을 외친 기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기자의 본분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굉장히 불가사의한 것은, 대한민국 기자들은 특이하게 특정 정당의 권력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특정 정당에게는 한없이 비판적이라는 사실이다. 탄핵 정국에서 이루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단 한마디의 질문도 없이 그저 듣기만 했던 기자들이다. 윤석렬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을 외람되게 생각하더니 급기야 지지율 폭락하는 대통령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성향을 떠나서 정치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면모를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의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호의적인 기자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시 기자들이 비판의식과 객관적 진실 추구라는 기본적인 언론인의 자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떡고물의 크기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수많은 기자들이 모두 정의롭고 객관적이고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상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언론계에도 다양한 성향의 기자들이 있을 터이고 이런 차이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유독 대한민국의 기자들은 유별나게 편향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이전 정권의 법무부장관이었던 조국에게 쏟아졌던 엄청난 분량의 기사들과 비교했을 때 바뀐 정권의 장관들의 도덕성에 대한 기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사안으로 보자면 조국의 케이스와 비교할 수 없이 큰 문제를 안고 있는 현 정권의 인사들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해도 낙제점이다.

문제가 많은 인사들이 너무 많아서 한곳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인가? 여하튼 특히 보수 성향의 언론의 편파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차치하고라도, 전반적인 언론의 비판 능력은 보수 정권하에서 확실히 무뎌진다는 느낌이다.

실종된 언론의 비판의식은 곧 국가적 비극으로 이어진다. 삼면이 바다인 국가에서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걸었던 대통령은 결국 감옥에 갔고, 대선토론에서 빈약한 국정 철학을 드러냈던 대통령도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갔다. 언론이 제대로 검증을 했다면, 조국 전 장관에게 했던 것의 10%라도 했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

대통령 파이팅을 외치는 기자를 보면서, 오늘도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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