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 "인위적 주가 조작 없었다" 증언 나와

지난 22일 10차 공판서 이 모 삼성증권 이사 증인신문 진행

이정희 승인 2021.07.24 12:27 | 최종 수정 2021.08.06 15:51 의견 0

서울중앙지법=위키미디어 커먼스

[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을 다루는 형사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인위적 주가 조작은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심리하는 10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이끈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이들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과정에서 시세 조종, 분식회계 같은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10차 공판 증인으론 이 모 삼성증권 이사 겸 투자은행(IB) 팀장이 나왔다. 그는 미전실 직원들과 함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변호인단은 이 이사에게 미전실 직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히는 미전실 작성 문건 등을 제시하며 질의를 이어갔다.

미전실 작성 문건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주가 조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제일모직 자회사) 분식회계를 통한 합병 비율 조정 등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미전실 작성 문건이 제일모직 주가를 끌어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춰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출하는 범행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 이사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주가 조작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력 사업인 건설은 경기가 좋지 않았다. 반면 제일모직은 패션업이 성장세였던 데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받는 바이오 회사까지 갖고 있었다"며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세, 제일모직 주가는 상승세였던 흐름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주식시장 플레이어들이 실적, 장래성, 자산 등을 고려해 정하는 가격이 주가"라며 "합병에선 시장에서의 주가가 기준이다. 한쪽 회사 주가를 할증하거나 할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은 어디까지나 시장 가치를 반영한 거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미전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해온 건 맞다. 하지만 미전실도 삼성증권의 여러 고객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며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 다른 대기업, 미전실과 비슷한 조직들도 비슷한 자문을 구한다"고 했다. 미전실이 삼성증권과 자신에게 남다른 주문을 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2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